무성애와 무로맨틱에 대해 말할 때 언제나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바로 '그들도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성애자(Asexual)는 성적끌림(Sexual Atrraction)을 느끼지 않지만 로맨틱 끌림(Romantic Atrraction)은 느낄 수 있고, 무로맨틱(Aromantic)은 로맨틱 끌림은 느끼지 않지만 플라토닉 끌림(Platonic Atrraction)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플라토닉 끌림 대신 다른 무엇인가를 느낄 차례일까?

 


 플라토닉 끌림(Platonic Atrraction)은 에이스펙트럼에 대해 설명할 때 성적 끌림, 로맨틱 끌림과 함께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끌림 중 하나이다. 무로맨틱에 대해 이야기할 때, 플라토닉 끌림과 스퀴쉬(Squish)를 말하며 '로맨틱하지 않은 사랑도 있다', '플라토닉은 로맨틱의 하위 감정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플라토닉 끌림은 일반적으로 우정과 대응되는데 과연 모든 우정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연정의 경우도 모든 연정이 사랑인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사랑이라 부른다) 이러한 의문에서 무플라토닉(Aplatonic)이라는 용어가 제안되었다.

무플라토닉(Aplatonic)은 플라토닉 끌림이나 스퀴쉬를 경험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2012년에 AVEN 포럼의 한 동성로맨틱 무성애자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다. 오래전에 제안된 이 용어는 무성애 및 무로맨틱 사회에서도 그렇게 널리 쓰이는 용어는 아니다. 이것을 정체성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고 용어의 정의가 깔끔하게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이 용어를 보는 여러 시각이 있지만 대부분은 무플라토닉을 '스퀴쉬를 경험하지 않는 사람'으로 친구가 없거나 친구를 원하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또한 무플라토닉(Aplatonic)은 비전형적인 신경발달이나 조현병 스펙트럼인 사람, 혹은 트라우마로 인해 플라토닉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 의해 사용되기도 하였다.

 

 무플라토닉(Aplatonic)은 명확하게 정의된 정체성은 아니다. 그래서 이 용어가 오남용 될 가능성 우려하여 오랫동안 포스팅을 망설였지만 결국 정리하여 소개하기로 하였다. 이 개념은 분명 플라토닉에 대해 생각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이 용어가 필요할 것이다.

 

 


<무플라토닉(Aplatonic)과 플라토닉 끌림(Platonic Atrraction)>


○무플라토닉/에이플라토닉(Aplatonic)
 : 플라토닉 끌림이나 스퀴쉬를 경험하지 않는 사람. 줄여서 애플(Apl).
  -플라토닉 유대를 가질 수 있지만 누군가와 특별한 친구가 되고 싶은 강한 욕구를 경험하지 않는다.


○무플라토닉 스펙트럼(Aplatonic Spectrum)
 : 플라토닉 끌림을 거의 또는 전혀 경험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포괄적인 용어. 줄여서 Aplspec.

 -플라토닉 끌림을 느끼지만 그 좋아하는 감정이 '사랑'이라고 표현할 만큼 강하지는 않다.
 -특정 상황에서만 플라토닉 끌림을 느끼거나 통상적인 플라토닉 끌림에서 벗어난 플라토닉 끌림을 느낀다.

 


●플라토닉 끌림(Platonic Atrraction)
 : 로맨틱하거나 성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누군가를 알아가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강한 욕망.

  이러한 끌림은 일반적으로 친구 관계로 이어지고 경우에 따라 퀴어플라토닉 관계로 이어진다.

●스퀴쉬(Squish)
 : 어떤 이와의 강력한 플라토닉 관계를 원하는 감정적 욕구.

  크러쉬(Crush)에 대응되는 무로맨틱의 감정.

◎퀴어플라토닉 관계(Queerplatonic relationship)
: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친구 이상의 가까운 감정적인 연결을 포함하는 관계.

 당사자들의 합의에 따라 관계의 양상이 다르다.

 퀴어플라토닉 관계에서의 언약 단계는 종종 연애 관계와 유사한 것으로 간주된다.

 

<무플라토닉 깃발(Aplatonic Flag)>

가장 처음 제안된 무플라토닉 깃발.

 

보라색, 파란색, 녹색은 우정을 나타내는 데 사용되는 일반적인 색상인 노란색, 갈색, 분홍색의 보색으로 유플라토닉이 아님을 나타내며, 흰색은 무플라토닉이어도 유성애자이거나 유로맨틱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흰색은 보기 좋도록 크림색으로 변화를 주었다.

 

(출처: My Apl Aro Library)

 

 

 


 무플라토닉(Aplatonic)이란 개념은 플라토닉 '감정'이 아닌 '끌림'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플라토닉 감정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가족에게 플라토닉 '끌림'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가족을 사랑하는 것은 무플라토닉이 아니라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무플라토닉이 반드시 플라토닉 감정 혹은 사랑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무성애와 무로맨틱을 설명할 때, '무성애자도 성적이지 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무로맨틱도 로맨틱하지 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며 그들도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말한다. 그것은 그들이 특정한 끌림을 경험하지 않을 뿐 감정이 없는 냉혈한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 위함일 것이다. 무플라토닉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스퀴쉬를 느끼지 않을 뿐, 유대감이나 우정을 느끼지 못하는 냉혈한이 아니다.

 

 나는 무플라토닉은 아니지만 이성애 및 유성애 사회는 물론 무성애 사회와 무로맨틱 사회에서까지도 연애 관계-혹은 퀴어플라토닉 관계-에 열광하고 누구나 그런 관계를 원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언제나 씁쓸했다. 그래서 로맨틱 무성애자가 제안한 이 용어가 연애를 원하지 않는 무로맨틱 무성애자들에게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플라토닉이 아니라도 말이다.

 

 

 무성애가 알려지지 않았던 초기에는 무성애가 무로맨틱과 유로맨틱으로 나뉘는 것처럼 소개되곤 했었다. 물론 여전히 그렇게 오해하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오해는 무로맨틱 유성애자(Aromantic Allosexual)의 존재를 지우거나 무로맨틱 무성애자(Aromantic Asexual)와 같다고 오해하도록 만든다. 

 

 무성애와 무로맨틱에 대한 개념이 정리되면서 로맨틱 끌림과 성적끌림이 각각 독립적이라는 사실도 알려졌다. 성적끌림, 로맨틱 끌림과 마찬가지로 플라토닉 끌림도 독립적이다. 그러니까 플라토닉 끌림을 경험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성적끌림이나 로맨틱 끌림도 경험하지 않는 것은 아니며, 성적끌림이나 로맨틱 끌림을 경험하는 이가 반드시 플라토닉 끌림을 경험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무성애와 무로맨틱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각각의 끌림이 독립적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에이스펙트럼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에이스펙트럼에서 말하는 '거의 경험하지 않는다', '드물게 경험한다'의 '거의'나 '드물게'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졌다. 에이스펙트럼이 아닌 이들은 그러한 끌림들을 보통 얼마나 느끼며 살아갈까?

 

 

 

 

<참고 페이지>

*AUREA (Aromantic-spectrum Union for Recognition, Education, and Advocacy)

https://www.aromanticism.org/en/news-feed/aplatonicism-101

*LGBTA Wiki

https://lgbta.wikia.org/wiki/Aplatonic

 

무플라토닉에 관한 설명은 명시한 페이지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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