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라고 하면 흔히 LGBT라고 말하는데 최근에는 AIQ를 더해 LGBTAIQ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중 마지막의 Q는 Questionary, Questioner, Questioning 등의 앞 글자로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고 있거나 아직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이들을 말한다.

 그런데 왜 이런 이들까지 성소수자로 분류하는 걸까? 그 이유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들은 적은 없지만 이유는 알 것 같다. 자신의 성정체성에 의문을 가졌다는 건 이미 이성애자이면서 시스젠더라는 전형적인 틀에서 조금은 벗어났다는 것이니까. 

 

 

 언어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다 해도 딱딱하게 정형화된 문서가 이해되는 것과 그 의미를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은 분명 다르다. 그래서 난 내가 알고 싶은 것에 대해 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그렇지 않을까?

 

 나는 무성애자로서 무성애에 대한 정보들과 다른 무성애자들의 이야기들을 접하고 싶기도 했지만 사실 그보다 유성애에 대해 알고 싶었다. 무성애의 관점이 너무 당연했던 나로서는 그런 당연한 거 말고 좀 더 특별한 게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유성애라는 새로운 개념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었다. 

 내 주변의 많은 유성애자들은 내 앞에서 Gray-A를 연기하고, 가끔 농담처럼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유성애를 드러내곤 했었다. 그래서 난 다수라는 유성애의 개념을 전혀 모른 채, 몇 안되는 솔직한 유성애자들을 보며 그들을 소수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어떤 이들이 다수인지 잘 모르겠다.

 

 난 유성애와 무성애의 차이를 사전적으로 이해했을 뿐, 진심으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어디에도 무성애자를 위한 유성애자의 관점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고, 유성애자 지인들은 나의 질문에 제대로 답해주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확실히 처음보다는 그 차이를 많이 느끼게 되었지만 난 아직도 유성애를 잘 모른다.

 

 

 이곳에 처음 글을 쓰던 때의 나는 그저 Asexual일 뿐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가 이 블로그를 개설한 이후, 또 다른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사소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쩌면 과거엔 그냥 지나쳤던 일들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됐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성애 중심주의에 반감을 느끼면서도 나 자신도 자연스럽게 지배받고 있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고, 단순히 생각이 다른 게 아니라 기본 개념이 다를 수밖에 없는 유성애자들과의 차이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지함과 오해에서 오는 반감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Genderqueer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도, Gender-blind라는 용어의 존재도 굉장히 신선했다. 나에겐 그저 당연했던 것들이 사회적으로는 당연하지 않은 소수의 입장이라는 사실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그런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좋았던 것 중 하나는 그동안 의문을 가져도 답을 찾을 수 없었던 많은 것들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원인을 안다 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다는 것도 동시에 알게 되었지만 그런 점조차도 나에게는 도움이 되는 긍정적인 것들이었다.

 

 그래서 난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고 싶고 더 알고 싶다. 나를 나타낼 수 있는 적절한 단어가 있다면 그게 어떤 것인지. 그 단어들을 내가 사용해도 되는 것인지..

 

 나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상황들이 정말 소수의 개념에 속하는 것인지 단순히 용어를 사전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 개념들을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나는 젠더를 정체화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특히 Genderqueer에 관한 자료는 너무 부족해서 그에 대한 좀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시스젠더들의 관점도 알고 싶다. 물론 시스젠더의 관점도 유성애자의 관점만큼이나 알기 어렵겠지. 소수를 위해 쓰여진 다수에 대한 설명 같은 건 찾기 어려우니까..

 

 하지만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그 답을 찾지 못한다 해도 그러한 과정 속에서 난 분명 자신에 대해 좀 더 알게 될 테니까.. 그 과정이 평생이 된다 해도 이런 질문들이라면 얼마든지 즐거운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념의 부재  (4) 2013.09.25
무성애를 알고나서 달라진 것  (12) 2013.08.01
'아직은'이 아닌 '지금도'  (0) 2013.05.08
유성애자의 무성적 로맨틱  (10) 2013.04.05
마음의 성별, 젠더(Gender)  (0) 2013.02.05
AND